미국에서 코스메틱 BM으로 일한 지 10년. 지금 있는 곳에서 4년 전 오퍼받고 이직해서 여기서만 4년째다. 기업 볼륨 자체가 커서인지 업무 풀이 넓고, 조건이 좋았던 만큼 기대하는 퍼포먼스도 커서 BM직무만 10년차인데도 계속 공부 중이다.


제품과 제조 전반(Manufacturing Process)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 않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만큼은 10년이 지나도 감히 쉽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를 놓치면 안되는 것이 BM의 숙명.


특히나 미국은 Diversity한 환경(다인종국가)이라 그만큼 제품이 버라이어티하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전 세계 코스메틱 시장을 선두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이곳의 BM들은 항상 쉴 틈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이 공간에 트렌드 리딩 겸 현 코스메틱 BM이 바라보는 코스메틱 시장 동향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다뤄볼 주제는 ‘픽서(Fixer)’ 2000년도 후반에 유행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베이직한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제품군이다.


FIXER(1)


메이크업픽서
: 메이크업을 고정(fixing)해주는 기능을 한다. 장기간 메이크업 유지가 필요한 촬영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일상에 많이 자리잡았으며, 주로 스프레이나 미스트 형태로 나온다. 메이크업을 모두 끝낸 후 얼굴에 분사하면 메이크업이 더 오래 유지되면서 번짐이나 들뜸을 방지해준다. 특히 여름철에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대표적인 제품군을 하단과 같다.  

사례1. 어반디케이(Urbandecay)

16시간의 유지력을 만들어준다는 세팅 스프레이다. 실제로 사용하면 아침에 한 화장이 저녁까지 큰 무너짐이 없고, 특히나 화장이 쉽게 뭉치는 코 옆도 장시간 깔끔하게 유지되는 게 큰 장점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픽서로 실제 유지력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다만 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향인데 시큼하면서 텁텁한 냄새가 나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인 향이다. 향료가 들어갔음에도 이런 향인 게 아쉬울 따름이지만 뿌리고 마른 후에는 냄새도 같이 증발되어 사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아쉽게도 파우더와의 조합은 좋지 않아 같이 사용하면 Comming-off등이 생긴다.

사례2. 베네피트(Benefit)

메이크업 유지력은 베이스로 두고 추가로 모공을 가려준다고 말하는 픽서다. 베이비파우더 향이 인상적인데 향처럼 파우더리하게 마무리되서 보송한 느낌을 준다. 매트한 피부표현을 좀 더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픽서라서, 매트한 질감의 화장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주변에서는 코 주변 유분기를 잡기 위해 해당 부분만 사용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메이크업픽서가 안개분사를 언급하고 있지만 진짜 안개분사라고 말할 수 있는건 베네피트가 아닐까 싶다. 모공프라이머로 워낙 알려진 베네피트이고 모공을 픽싱해준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장시간 메이크업 픽싱이나 분사력 등의 부분에서 아주 좋은 제품이다.

사례3. 메이크업포에버(Makeupforever)

24시간 워터리한 피니쉬를 강조하는 제품이지만, 실제 메이크업 픽싱 능력은 어반디케이나 베네피트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두 제품과는 다르게 수분감이 가득한 느낌이 독보적으로 유지력을 높일 때 미스트로 사용한다.

특히 여름 시즌에 얼굴에 열감이 오를 때 낮춰줄 때에 대한 피드백이 좋아 평균 기온과 습도가 높은 지역쪽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사례4. L.O.C.K

에탄올 계열 성분이 없어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의 피드백 및 수요가 높은 편이다. 최근 뷰티 코스메틱 그룹쪽에서도 언급이 제법 되는 제품이다.

다른 주력 제품들 대비 사용감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20달러 정도 차이로 구매층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은편에 속한다.


FIXER(2)


모공픽서
: 모공을 고정해주는 기능을 한다. 메이크업 픽서의 한계가 드러나고 필요성이 두드러져 나오게 된 제품군으로 모공에 특화된 앰플에서 그 갈래가  시작되고 분류되고 있는 제품군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수요에 맞춰 발빠르게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사례1. 더시드(The seed)

주로 해외 피부관리샵(Facial spa, Dermatology Clinic 등)에서 사용되었던 더시드 모공픽서다. 모공 속 빈 공간을 채우고 안쪽에 있는 피부의 단백질을 강화하여 뿌리부터 타이트닝하는 게 특징이다. 초반에는 메이크업 전 모공을 잡아주는 용도로 여성쪽 수요가 높았고 최근에는 모공등 관심도가 높은 남성쪽 수요 및 피드백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사용하면 단기적으로는 울퉁불퉁한 피부결이 매끈해지는 효과가 장기적으로는 모공이 축소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늘어진 모공의 자체가 짧아지는 성분 시너지로 타사의 레퍼런스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례2. 샬롯틸버리(Charlottetilbury)

색조 메이크업이 유명한 샬롯틸버리지만 간혹 꽤 괜찮은 스킨케어 제품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모공픽서가 그 중 하나였다. 평소에도 비타민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간혹 자극적인 제품이 있는데 이건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부가 얇아 예민한 백인들도 큰 트러블없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과다한 유분을 잡아주고 피부의 유수분밸런스를 맞추는데 도움을 주는데, 건성 타입의 경우 많이 건조하다고 느낄 수 있다. 피지로 인한 모공확장을 막아 픽싱해주는 역할을 하며 가격대는 평균적인 제품군들에 비해 높은편이다.

사례3. 꼬달리(Caudalie)

비노테라피 스파(Vinotherapy Spas)에서 주로 사용되는 꼬달리의 모공픽서인데, 모공 자체보다는 염증으로 인한 피부 컨디션 조절에 더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여드름이 올라왔을 때 사용하면 빠르게 들어가서 트러블 케어용으로 사용한다는 피드백이 많은 편.

염증과 피지 밸런스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모공의 축소나 Fixing에는 아쉬움이 있는 제품이다.


픽서종류별 특징·한계

메이크업 픽서

특징

  • 강한 고정력 : 메이크업을 고정시켜 하루 종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특히나 덥거나 습한 날씨에서 빛을 발한다.
  • 피부 보호 :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히알루론산과 같은 강력한 보습제 성분이 들어가기도 하고, 요즘은 자외선 차단 성분(SPF)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 보호의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한계

  • 피부 자극 : 피부를 보호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있으나, 일부 메이크업 픽서에는 모공을 막을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논코메도제닉(non-comedogenic)으로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긴 하지만 제품 구매전 확인은 필수. 특히 메이크업 픽서에는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어 자극을 줄 수 있고 건조함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 화장품과의 호환성 : 모든 제품과 좋은 시너지를 가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런 메이크업 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케미가 맞지 않는 파운데이션이나 파우더 제품을 사용하면 들뜸과 밀림 현상이 더 극대화될 수 있다.

모공 픽서

특징

  • 모공 축소 효과 : 모공픽서는 모공의 빈 공간으로 들어가 빈 자리를 메꿔준다. 빈 공간이 없게 매끈하게 만들어 주고 모공 안쪽에서 타이트닝 성분이 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킨케어 단계에서 꾸준히 사용하면 모공 축소 효과를 볼 수 있다.
  • 메이크업 지속력 향상 : 피지 분비를 조절하고 모공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면서 피지로 인한 번들거림을 줄여준다. 그래서 메이크업의 밀착력을 높여 메이크업 픽싱의 겸할 수 있는데, 모공을 막는 원리가 아니라 피부 자극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계

  • 고정력의 한계 : 메이크업 픽서의 한계에 따라 출시된 제품인만큼 픽싱 능력이 있긴 하지만, 메이크업 픽서와 비교했을 때에는 고정력이 떨어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데일리 메이크업 정도는 모공픽서로 충분하지만, 촬영현장 등 12시간 이상의 강력한 메이크업 유지가 필요한 때에는 아직 모공픽서만으로는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 유효성 차이 :모공픽서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피지 조절 및 모공 축소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유효성은 성분이나 제조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직 히스토리가 많지 않은 시장인만큼 브랜드별 유효성 차이가 크게 차이나며, 기대만큼의 효과를 볼 수 없는 제품이 많다.

코스메틱 동향

요약 :
예전 1980~90년도만 해도 입자가 크고 작은 화려한 펄이 들어간 립이 유행했고 그에 걸맞는 화려한 메이크업 스타일이 트렌드였지만, 현재는 매트하거나 촉촉한 텍스처의 립이 유행하고 있다. 메이크업 스타일도 그에 걸맞게 심플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유행이다.

립 뿐만이 아니다. 2000년도 초반에는 무스 파운데이션이 특유의 가벼운 사용감과 부드러운 발림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리퀴드 혹은 쿠션 파운데이션을 주로 사용한다. 무스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 사람은 쉽게 보기 힘들다.

콜드크림과 같은 종류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크림 제형의 클렌저보다는 문질러 거품을 내는 페이스 워시나 오일을 사용한다.

픽서 시장이 지금 위와 같은 변화의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메이크업 픽서에서 점점 모공픽서로 포커스가 이동하고 있으며, 사람들도 이 물결을 따라 메이크업픽서보단 모공픽서를 찾게 될 것이다.

모공은 물리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옛말이다. 모공픽서를 2년 전부터 접해서 꾸준히 써오고 있는 입장에서 노화로 인한 모공의 확장의 경우는 코스메틱 제품으로 어느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 모공픽서를 첫 번째 컨텐츠로 써봤는데, 추후 모공픽서가 메이저가 됐을 때 이 글이 다시 회자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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